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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CyberPunk)에서 최우선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은 디스토피아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펑크의 개념상 특징은 가상과 현실에서 미묘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있다. 여기서 몸과 마음의 관계, 시간과 공간의 본성, 기계와 인간의 투쟁, 인간 정체성의 확립과 혼란 등 형이상학적인 문제의식과 사유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들은 사이버펑크가 전통 SF계열의 작품과 구별 되는 기준임과 동시에 사이버펑크가 SF의 하위 장르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인식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작용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살펴보면 작품 내에서 공장에서 제작된 인조인간과 이들을 죽여야하는 블레이드 러너의 악연, 자신의 기억이 이식된 것임을 알고 절망에 빠지는 인조인간, 고독한 인간들이 던지는 정체성의 물음, 죽음의 종착역으로 다가가는 고통스러운 의식, 인간과 기계의 구분선을 모호하게 만드는 금지된 사랑 등, 모든 사이버펑크의 주제들이 작품 속에 압축돼 있다.

영상 역시 사이버펑크의 특징을 잘 담아냈는데 인조인간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다양한 물음들이 매우 통속적인 서사구도(도피하는 범인들과 추적하는 형사, 사랑에 빠진 형사와 범인의 스토리) 영상 속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영화가 내포하는 영상은 이 영화가 얼마나 통속적인 구도 속에서 움직이는가를 잊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강렬하다. 즉 이 영화의 영상은 사상적이고 미학적인 구도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영화 초반부에 이미 사이버펑크 영상 미학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로 빛이 없다. 낮인지 밤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하늘과 어둡고 칙칙한 대기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때때로 도시 여기저기에 높이 솟아 있는 굴뚝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솟아오른다. 검은 하늘에 자동차들도 영혼 없이 날아다닌다.

이 도입부만으로 영화는 관객들의 마음에 신선하면서 충격적인 인상을 각인시킬 여지가 있으며 어두운 미래상을 잘 보여준다. 이 어두운 도시 한쪽의 가장 높은 빌딩에서 유독 거대하고 밝은 빛이 하늘을 향해 투사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산처럼 우뚝 솟아 있는 타이렐 회사의 건물은 테크놀로지와 자본의 결합이 만들어낼 미래 권력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전달해준다.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본 사이버펑크 주제들은 후대의 사이버펑크 작품들에 의해 끝없이 변주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블레이드 러너는 사이버펑크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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