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프란 스토리에 반복돼 나타나는 동일한 내용 요소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오랜 기간 여러 작품에 반복돼 나타나면서 스토리 안의 다른 내용 요소들을 하나의 서사적 논리로 통합시키는 상황, 인물,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모티프는 그것의 핵심적 내용 요소를 가지고 여러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망자, 탈주자 모티프의 요소는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 영화 <쇼생크 탈출>, <이스케이프 플랜>에 녹아들어있다.
이처럼 모티프는 스토리를 바꿔가면서 반복되는 소재의 핵심적인 성격이다. 모티프는 관객들이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건이 배열되는 모든 스토리, 단순한 풍문의 나열이 아니라 어떤 의미가 집약된 절정을 향해 등장인물이 휘말려 들어가는 모든 스토리, 그것 외에는 도저히 다른 결말을 생각할 수가 없는 마지막 장면을 가진 모든 스토리에 존재한다.
이러한 모티프는 두 가지 층위로 작용한다. 하나는 작품 전체의 형식과 관련된 대변화(main change)의 모티프, 다른 하나는 서사를 이루는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 형식과 관련된 소변화(minor change)의 모티프, 즉 시퀀스에 작용하는 모티프이다.
대변화는 매번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독자에게 직접 제시되는 것은 여러 개의 작은 이야기 단위 내에서 모티프로 형식화되는 소변화들이다. 여기서 ‘작은 이야기’라는 단위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하나의 서사 텍스트를 이루는 이야기 단위는 층위별로 다양하다. 예컨대 하나의 상황에서 두 사람 또는 그 이상의 발언자들이 상호 응답함으로써 발생하는 연쇄적인 발화 단위, 장면(scene)이 있다. 장면보다 조금 큰 것으로 사건과 감정 반응과 감정의 누적에 따른 행동으로 이루어지는 인과적 연쇄단위, 에피소드(episode)가 있다. 에피소드보다 조금 큰 것으로는 시퀀스(sequence)가 있다. 모티프가 적용되는 소변화의 작은 이야기 단위라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이 시퀀스를 가리킨다.
하나의 시퀀스를 구성하는 데에는 최소한 다섯 개의 서사 명제가 있어야한다. 그 서사명제는 바로 ‘안정-위반-불안정-반작용-안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모티프란 안정에서 위반으로의 변화를 말하며, 위반의 논리적 명제가 강조된 서사의 핵,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기화의 역할을 한다. 이야기에서 최초로 출현하는 무질서, 서사 명제의 두 번째 명제인 ‘위반’을 일으켜서 안정의 평형 상태를 파괴하는 것이 모티프이다. 위반이 없으면 스토리 자체가 전개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모티프는 최소한의 완결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유의미한 위반성’을 가진 시퀀스의 핵심단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모티프는 반복성, 위반성이라는 두 가지 대표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복성이 모티프의 형식적인 특성이라면, 위반성은 모티프의 근본적인 특성이다. 인간은 안정되고 변함없이 평화로운 상태의 이야기는 전혀 궁금해하지않는다. 인간이 스토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이례성을 갖는 경우에 한해서이고 그것을 작동하는 것이 모티프의 위반이다. 이것은 비일상성으로 연관되고 결국에 서사의 네가지 속성중 하나인 원방성과 연결된다. 또한 반복성을 통해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전해져 내려옴으로써 스토리의 장기지속성과도 관련이 된다. 그 반복 안에 인간의 겪는 보편적 갈등인 위반이 내재돼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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