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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창작경험담을 토대로 한 기존의 서사창작연구는 수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기존의 방법을 버리고 독자가 서사를 수용하는 방법이 인지과학을 통해 나타났다. 즉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보다 그것을 수용하는 독자를 더 중요시했다.

 

인지과학은 서사 창작이 작가와 독자 간에 끊임없이 상호교류하는 것임을 발견했다. 그 실험결과, 하나의 서사는 언제나 다른 서사를 이끌어냈다. 작가는 밖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내면에 이야기를 듣는 사람인 독자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뭔가가 떠올라서 다른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인간이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현상이다. 즉 작가가 발신한 메시지는 독자의 상상으로 완성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이성과 사실의 재현에 대해 반발했다. 문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의 삶과 사실이 완벽하게 재현될 수 없는 것이라면 우리는 문학의 의의가 삶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기쁨을 주는 데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그 기쁨이 바로 공감이다.

 

스토리텔링의 존재 이유가 공감에 있다고 할 때 우리는 독자가 없는 서사 예술을 전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복제 기술의 전면화로 모든 사물이 예술의 대상이 되어 아무리 평범한 것일지라도 예술의 영역과 예술 작품도 구별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독자는 모든 척도가 동요하는 시대에서 서사 창작의 가장 현실적인 척도가 되며 가장 현실적인 목적이 된다. 서사 예술은 작가가 마음의 심연 깊은 곳에서 느끼는 무엇을 진실하게 묘사함으로써 독자에게 통찰의 기쁨을 주고 독자가 마음속 깊이 열망하고 항거하는 어떤 것을, 인간의 영원한 고뇌를 충족시켜 줘야한다.

 

이러한 서사수용방식은 독자의 수용태도와 독자가 서사의 주인공에 대해 유지하는 미학적 거리에 따라 일정한 유형성을 갖게 되는데, 몰입형 독자, 공감형 독자, 추수형 독자, 성찰형 독자 등이 있다.

 

이러한 유형들을 구성하는 서사의 두가지 구조가 있는데, 하나는 추수, 공감, 몰입, 성찰의 순서로 모두를 아우르는 고전형 구조가 있고, 오로지 성찰만 있는 실험형 구조가 있다. 작가는 두 개의 서사 구조 가운데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독자의 경우에는 서사는 고전형 구조를 취하고 있다. 고전형 구조는 이야기 속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확대시키고 해결하는 구조이다. 또한 사건을 통해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그 감정의 결과를 행동으로 보여준다.

 

결국 서사창작연구는 작가라는 생산자 위주의 연구 방법에서 벗어나 독자라는 소비자 중심의 연구방법으로 방향이 돌려졌다. 그 원동력은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등장이다. 포스트 모더니즘은 이 운동은 미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학생운동 ·여성운동 ·흑인민권운동 ·3세계운동 등의 사회운동과 전위예술, 그리고 해체 혹은 후기구조주의 사상으로 시작되었으며 1970년대 중반 점검과 반성을 거쳐 오늘날에 이른다.

 

서사에서도 그 작용을 했다. 저자가 객관적인 실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믿음을 가진 사실주의를 탈피해 완전히 재현을 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독자들에게 창작의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서사수용방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오늘날 우리는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그 이후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서사수용방법을 토대로 서사창작을 연구해야 한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 서사수용구조가 바로 추수, 공감, 몰입, 성찰의 순서로 모두를 아우르는 고전형 구조이라고 할 수 있다. 오로지 성찰형으로 지속되는 실험형 구조는 인간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이성으로만 작용하는 치명적 단점이 있지만 고전형 구조는 독자의 기쁨, 공감을 자아낼 수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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