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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볼, 야구용어다. 남자인데도 야구에 문외한인 내가 이 영화를 예매하고 과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았다. 쓸 데 없는 의문과 걱정이었다. 그냥 봐도 야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없었다. 절실하고 꿈을 포기하지않는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였다. 장르가 다큐멘터리다 보니 야구의 전반적인 내용보다는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영화 초반에 이런 자막이 나왔다.

이들에게는 기회가 필요했고 감독이 아닌 스승이 필요했고 그 스승이 야신김성근이 필요했다

이 글귀에서 기회, 스승, 야신의 글씨를 보다 크고 굵게 강조한다. 앞으로의 내용은 이 세 단어의 위주로 스승과 제자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스승이 오합지졸 제자들을 성장시키는 스토리로 흘러간다는 다소 뻔한 암시를 준다고 느꼈다. 그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가 관건이었다.

먼저 제자인 선수들이 고양 원더스 선수가 되기 전 스토리는 가지각색이다. 이것을 개개인의 인터뷰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아무런 불편함없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들려준다. 한때 잘 나갔다가 몰락한 이야기, 계속되는 프로 입단에 실패해서 야구를 그만둔 이야기, 고양원더스에 입단하고 너무 힘들어 그만뒀으나 아직 야구에 미련이 남아 다시 들어간 이야기 등 자신의 치부를 정말 아무런 부끄럼 없이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것이 참 대단하고 부러웠다.

물론 영화 상에서 인터뷰이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인터뷰어를 봐라본 채 카메라맨과 삼각구도를 이루어 인터뷰를 하지만 나라면 정면을 응시하지 않더라도 카메라 앞에서 쉽게 나의 치부를 얘기 못할 것 같다. 선수들이 영화 촬영진한테 마음의 문을 열고 얘기해준 용기가 돋보인다. 촬영 대상자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한 의미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스승은 어떨까? 김성근 감독이 sk감독을 그만두고 그의 귀추가 야구계에서 큰 주목을 받은 내용을 뉴스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일본으로 건너가서 감독으로 생활할지 아니면 한국 프로에 그대로 남아있을지 말이다. 그때 때마침 고양 원더스라는 독립 야구단이 창단된다. 그는 어떤 프로리그에도 가지 않고 고양원더스에 들어간다. 이것은 나이 70이 넘은 감독에게 굉장한 모험이었다.

고양 원더스는 독립야구단이라서 프로구단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자인 대기업도 없었다. 또 그는 프로야구 감독직에 여러 번 사퇴했다. 그런 거에 신물이 난 것일 수 있지만 김 감독은 돈 따위에 신경쓰지 않고 타협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야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여러 스포츠 뉴스의 김감독 취재, 야구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 기존에 있던 영상을 편집해 드러냈다. 소설로 치자면 그의 야구 역사와 야구 가치관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제자들은 주로 인터뷰를 통한 1인칭 시점 소개를 해줬는데 왜 스승인 김감독 소개는 인터뷰의 역할을 축소시켜 보여줬을까? 내가 생각한 제작진의 의도는 객관적 영상인 뉴스와 제 3자의 인터뷰를 통해 관객과 김성근 감독 사이의 거리를 두게 함으로써 야구계의 전설적 지도자 김성근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존재이고 위대하다는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주고 싶어서라고 본다. 따라서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 편집도 촬영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 초반의 김성근 감독 소개 시퀀스라 본다.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 것은 운동계에서는 감독과 선수의 훈련이라 볼 수 있다. 훈련 장면도 이 영화의 중요한 볼거리다. 훈련방법에서 그의 지도방식이 묻어나온다. 죽을때까지 연습시키는데 진정 지옥훈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훈련 중에 어느 한 선수가 너무 훈련이 고된 나머지 소리를 지른다. 그러자 감독이 하는 말이 시끄러워 새끼야!”였다. 그만큼 리얼하다. 논픽션인데도 불구하고 감독 또한 카메라 의식없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솔직히 내뱉고 있었다. 선수가 잘못된 연습을 하면 아 저 돌대가리”, “으유 시발이란 말을 서슴치 않게 내뱉는다.

살아온 세월이 많아서 연륜이 묻어나와 카메라에 신경을 쓰지않는 것도 있겠지만 촬영진과 김감독이 얼마나 깊은 친분과 신뢰관계를 만들어야 저런 리얼하고 생생한 장면이 나오는 것일까? 쉽지가 않을 텐데 말이다. 선수들도 카메라 의식없이 계속 열심히 훈련하는 것에서 리얼 연출은 정말 쉽지 않구나를 느꼈다. 어떻게 보면 픽션 촬영보다 논픽션 촬영이 훨씬 엄청 힘든 것이 이 이유인 것같다.

고양 원더스의 목표는 프로입단에 실패한 선수들을 모아 2군리그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고 다시 프로 구단에 입단시키는 것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고양원더스에 입단해서 프로구단에 간 선수들이 있었다. 이때 축하해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그때 BGM이 미생의 OST ‘이승열-날아였다. 꽤나 적절한 ost였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이 곡의 내용이 힘든 시련에도 멈추지 말고 그대로 일어나서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간다는 내용이다. 프로 입단에 성공한 고양 원더스 선수들도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이 노래에 딱 들어맞았다.

한 가지 좀 아쉬운 점은 다른 미생 OST도 활용했다면 더 풍부한 오디오 효과를 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선수들이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가는 장면과 숙소 내부 장면, 또는 밤에 쓸쓸히 야구장에서 열심히 훈련하는 영상에 미생 OST 중 하나인 한희정-내일이라는 BGM을 삽입했으면 더 진한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김 감독이 '우리 아이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그 부분이 나에게 꽤나 감동적이었다. 그는 선수들을 훈련시킬 때는 엄하지만 뒤에서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물론 선수들한테 직접 아이들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혼자 인터뷰할 때 쓴다. 꽤나 막상 선수들 앞에서 못쓰는 것을 보면 굉장히 쑥스러움이 많고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 후반부 인터뷰에서 자기는 프로구단에 다시 가고 싶다고 선수들한테 내비췄다고 말한다. 아마 그도 독립야구단 감독을 하면서 한국 야구계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점과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야한다는 리더로서의 압박감이 크게 작용했으리라.

그는 자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있단다. 바로 선수들이 김감독에게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는 글귀가 적힌 롤링페이퍼같은 야구공이었다. 그 공을 클로즈업하여 감독님 항상 감사하고 사랑합니다가 적힌 글은 본 순간 그 공은 단순한 공이 아니었다. 그 공은 스승에 대한 제자들의 존경과 사랑이었다. 김감독도 하나의 인간이구나를 느끼게 한 장면이었다. 어떠한 픽션없이 이런 감동이 있다는게 참 나에게 경이로웠다. 영화 초반에는 주로 3인칭 시점이어서 김감독은 어려운 사람이구나를 느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1인칭으로 향해가면서 김성근도 야구와 그의 제자들을 아끼는 하나의 인간인 것을 보여준다.

파울볼은 감독과 선수가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열심히 노력하고 달려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스포츠 영화의 식상한 주재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이 작품이 나에게 감동을 준 것은 슬램덩크’,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허구가 아닌 정말 실재인물을 통한 리얼(real)을 촬영했다는 것에서 나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 이것이 픽션과 논픽션을 뛰어넘은 사실이 있고, 또 그 사실을 뛰어넘은 인간들의 뜨거운 진실을 보여줬기에 이 영화는 그 자체로서 의의를 가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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