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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저자 장강명, 민음사, 2015, 05, 08)' 그 다음에 모든 부정적 서술어를 집어넣어도 지금 현대 한국을 놓고봤을 때 다 고개를 끄덕거릴 것이다. 다만 이 소설만큼은 한국이 싫어서 ‘도피했다, 도망갔다, 떠났다’가 생략된 것이다. 그러고 보면 굉장히 온순한 내용의 소설이다. 사실 자살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래도 희망의 탈출구를 마련해준다. 그 점에서 마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한국 사회 비판 소설이다.

사람들은 싫어하는 대상이 생기면 혐오하고 기피하기 마련이다.  한국 사회에 지친 주인공 계나는 한국 그 자체가 싫어져 호주로 이민을 가 정착하려한다. 그녀의 호주 정착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이민오기 전 지난 한국 생활을 회상하는 내용이 반복되면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나중에 현재 시점에서 합일되는 것이 전체적 구성이다.

그녀는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점점 호주 사회로 진입하려한다. 호주에서 신분상승은 한국보다 훨씬 쉬웠다. 그녀는 호주에서 영어를 배우고 석사학위를 받아 영주권과 시민권을 얻는다. 물론 그 과정은 순탄치않다. 호주에서 동양인이라는 무시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이 한국 사회에서는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아르바이트 생활을 기준으로 봤을 때 한국에서의 삶보다는 호주에서의 삶이 훨씬 윤택했기 때문에 그녀는 묵묵히 참고 견딘다. 마지막에 계나는 한국 사람의 좋지않은 일반적 근성을 얘기한다. 자신의 행복을 찾지않은 채 남의 행복을 짓누르기, 남이 불행하다싶으면 자기는 안도하기, 자기보다 밑에 있는 사람을 끊임없이 무시하기 등 한국 사람들의 고질적 병폐말이다. 이것이 작가가 하고 싶어하는 얘기다.

한국사회는 한국인들이 만들었다. 한국사회에서 선천적으로든 후천적으로든 적응을 아주 잘한다면 사회성이 좋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한국에 잘 살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그녀는 호주가 마지막 희망이었다. 그 희망의 동기가 처음엔 한국이 싫어서였지만 이제 자기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해 것으로 바뀌었다. 그 행복은 지극히 물질적이라서 남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 주인공 그녀도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그 특성을 온전히 간직한 모순성이 가득한 인물이다.

사실 ‘한국이 싫어서’란 제목만 보고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부패를 문학적으로 폭로해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줄 것이란 기대로 이 소설을 보면 꽤나 큰 실망을 느낄 것이다. 실제 부조리와 부패를 얘기한다면 이 소설로는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다. 더 많은 어두운 현실이 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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