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는 자의식이 공감의식으로 전환되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서사의 발생은 인간성의 심오하고 보편적인 특징에서 시작한다.
서사창작, 즉 스토리텔링은 자신이 사랑하게 된 어떤 것을 이야기함으로서 자신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이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의 상처와 슬픔과 고통에 공감한다. 그리고 타인에게서 자기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보고 자신의 영혼이 다른 외로운 영혼과 연결돼 있음을 느낀다. 즉 이것은 다른 사람을 통해 자신의 자의식을 보고 자신과 상대방이 다르지 않고 결부된다는 공감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 사이에 서사는 발생한다.
이렇게 발생한 최초의 서사는 불완전하다. 주제도 확실치 않고 플롯도 미약하고 인물의 성격묘사도 불충분하고 배경도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일단 서사가 발생하기만하면 완전한 서사로 나아가기위한 서사창작이 시작된다. 완전한 서사란 하나의 이야기가 완전한 소통과 완전한 재현을 달성한 상태를 가리킨다. 그러기 위해서 서사창작을 통해 서사가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감수성에 호소할 수 있는 공감영역에 점진적으로 도달해야한다.
이렇게 볼 때, 서사창작은 처음부터 완벽한 작품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원천으로부터 가능한 최선의 텍스트를 엮어내는 작업이다. 텍스트는 가장 명료한 소통과 가장 아름다운 재현이 있는 완성된 서사를 목표로 재창작되고 각색된다. 텍스트라는 말은 그 어원부터가 ‘직물’이다. 날줄과 씨줄이 엮여 직물이 짜이듯이 끊임없이 다른 구조를 향해 새롭게 생성되어가는 불확정적인 체계인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가능성, 개연성, 잠재성, 필연성의 네 가지 상태를 갖는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서사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이때는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고 무슨 말이든지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가능성은 점차 개연성으로 변해간다. 이야기가 종결되는 시점에 이르면 오직 하나의 가능한 결말, 필연성만 남고 서사는 완성된다.
그 바깥에는 말해지지 않은 영역, 잠재성의 영역이 존재한다.
서사의 구조는 우리의 인생과 연관이 있는데 우리는 각자의 인생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면서 살아간다.
길은 처음에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그러다가 관계와 만남이 중첩되면서 가능성은 차츰 개연성으로 변해간다. 길의 끝에 필연성이 나타나고 우리의 스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결국 서사창작은 결국 자신을 세상에 노출시키는 용기를 전제로 한다. 이 말은 자신의 치부를 세상에 부끄럼없이 공개하는 것이다.
이 자신의 치부가 바로 다른 사람의 슬픔을 통해서 본 자기의 자의식이다. 그 자의식이 다른 사람의 치부와 다르지 않음을 느끼고 공감해서 서사가 탄생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굉장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자신의 치부를 세상에 알리는 것, 즉 서사창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얘기한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치부를 부끄러워하고 숨기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이 대단하다. 그리고 그들은 완전한 서사를 향해 나아간다.
결국 완전한 서사는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작가 자신의 치부와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많은 사람들의 보편적 감수성을 토대로 한 공감영역에 도달해야 만들어진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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