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범은 여러 사람을 인질로 잡고 원하는 무언가와 교환하려는 범죄자다. 인질범은 원하는 대상, 상황을 얻거나 실패한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인질범은 주로 악질이란 평을 듣는다. 그래도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없다. 평범한 사람이 인질범이 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법없이 살만큼 착하고 평범한 소시민이 억울한 사연 때문에 인질범을 자처했다.
세 영화 ‘네고시에이터’, ‘매드 시티’, ‘존 큐’는 인질극으로 서사를 전개한다. 간단히 장르소개를 하자면 ‘네고시에이터’는 전형적인 액션물, ‘매드 시티’는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스릴러, 존 큐는 액션이면서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된 영화다. 물론 이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세 영화의 동일한 장면(scene)을 한번 비교해보고자 한다. 바로 인질범과 인질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장면이다.
이 세 영화의 인질극 장면을 비교분석하면서 공통점과 차이점이 확연히 구별됐다. 공통점은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인 인질범이 전과가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점이다. 또한 인질들도 대체로 인질범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도와주는 쪽에 가깝다. 정말 사연이 많은 인질범들이다. 시간으로 봤을 때 대낮에 인질극을 시작했다는 점도 특이한 공통점이다.
차이점의 경우 먼저 경찰서, 박물관, 병원 등 공간의 차이가 있다. 참 특이한 곳에서 인질극을 벌인다. 배경의 명암에도 차이가 있다. 존 큐만 전반적으로 어둡고 매드 시티는 밝다. 네고시에이터는 전형적인 액션영화라서 보통 정도의 명암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차이점이 영화의 색깔과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관객에게 더 확실히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일단 인질범이 어쩌다 인질범이 됐는지 간단한 줄거리를 얘기해보겠다.
네고시에이터의 주인공 대니(사무엘 잭슨)는 인질범이자 바로 경찰이다. 대니는 자기의 억울한 누명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일터인 경찰서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인다.
원래 인질은 이렇게 4명이다.(사진1, 2) 그러다 경찰특공대가 쳐들어왔다(사진3). 그런데 결국 특공대도 붙잡히게 된다(사진4). 대니가 인질로 그들을 협박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액션영화가 그렇듯 상황은 계속 긴박하게 흘러간다. 편집도 장면마다 빠르게 끊어서 진행이 된다. 한 장면에서 쇼트(shot)가 정말 많아서다. 한 치의 쉴 틈도 없다. 물론 빠르고 긴박한 상황을 계속 유지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의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무슨 말이냐면 상황이 팽팽해졌다가 느슨해진다. 이것이 계속 반복된다.
영화 매드 시티의 인질극 장면은 어찌보면 평화롭다. 인질범은 샘(존 트라볼타), 주요 인질은 맥스(더스틴 호프만)이다.
샘은 박물관 경비원이다. 어느날 박물관장이 그를 갑자기 해고했다. 그는 관장과 대화하려고 박물관에 간다. 관장은 샘의 얘기를 듣지 않았다. 샘은 화가 나 관장에게 겁을 주려고 총을 쐈다가 그만 같이 일했던 직장동료가 총에 맞는다. 진짜 어쩌다가, 의도치 않게, 계획에도 없던 인질범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 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방송기자 맥스였다. 그는 박물관을 취재하러 왔다가 우연히 샘이 박물관장에게 총을 들이미는 장면을 화장실에서 문틈 사이로 목격한다. 그 상황을 화장실에서 취재하다가 샘에게 들키고 인질이 돼버린다(사진5). 인질은 맥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들과 선생, 박물관장도 있다(사진6).
단순히 줄거리만으로 왜 이 인질극은 평화로운지 이해하기 힘들다. 동료를 다치게 하고 초등학생들도 인질로 잡혔기 때문이다. 형식을 좀 더 살펴보자면 공간은 박물관, 시간은 낮이다. 더군다나 샘은 계획에도 없는 인질범이 됐다. 인질범과 인질이 놓인 상황이 어찌보면 긴박하지 않다. 박물관 안에는 사람도 별로 없다. 쇼트도 많지 않아 끊는 장면도 거의 없고 카메라는 박물관 내부를 천천히 파노라마로 보여준다.
인질범은 심각하지만 시청자가 봤을 때는 굉장히 평화롭고 오히려 코믹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초등학생들이 박물관에서 뛰고 노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편안히 있는 모습말이다. 더 웃긴 건 샘이 애들하고 잘 놀아준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초등학생 인질을 통해서 샘의 성격은 굉장히 착하고 순수한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샘이 박물관장한테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바로 잃었던 직업이다. 진짜 착하다. 정당히 노동을 통해서 돈을 받겠다는 데 왜 일을 열심히 하는 직원을 짤라서 범죄자로 전락하게 만든 것일까. 샘은 이럴 계획이 아니었는데 이럴 수 밖에 없는 자신을 원망한다(사진7).
맥스는 처음에 특종이라 생각하고 샘을 이용해 한번 크게 출세해보려 한다. 뭐 기자에겐 이게 일이니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맥스는 마음이 변했다. 샘에게 연민을 느끼게 됐다. 그는 샘을 돕기 위해 인터뷰를 권한다(사진8). 과연 샘은 어떻게 될까? 영화를 통해 확인하기 바란다. 영화 제목 ‘매드 시티’가 힌트가 될 지도 모른다.
마지막 영화 ‘존 큐’로 가보겠다. 주인공 존 큐(덴젤 워싱턴)는 병원에 입원 중인 자기 아들을 심장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리기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병원 응급실을 점거해 인질점이 된다. 응급실을 점거했으니 당연히 인질들도 환자들이나 의사들이다. 환자들 중에서는 외국인, 임산부, 양아치 등이 있다. 정신없고 복잡하다(사진9).
마음씨 좋은 존 큐는 그들과 다과시간을 가지면서(사진10) 비참한 의료문제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응급실 배경이 어둡고 침침해 왠지 의료문제를 나타내는 것 같다. 대낮에 인질극을 벌였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응급실 배경이 존 큐의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
사진 10을 자세히 보면 가운데 창문 옆에 성모마리아 동상이 있다. 필자는 저 성모마리아 상이 존 큐를 나중에 구원해준다는 의미로 생각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바란다.
필자는 세 영화의 인질극 장면을 연속해서 봤는데도 옥의 티같은 허술함은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이 세 영화 전부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영화의 의도에 맞게 편집과 배경구성을 잘 해놨다. 물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영화를 직접 봐야 더 확실히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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