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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오노 리리카는 도쿄에 있는 육아원에서 자란 소녀다. 그녀는 육아원 생활에 지쳐 자살하려다 실패한다. 깨어난 후 그녀는 나가사와 모토지로라는 의문의 남자한테서 온 편지를 한통 받는다. 홋카이도에 거주하는 그 남자는 리리카를 위로해달라는 육아원 원장의 수소문 끝에 부탁을 받고 그녀에게 격려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편지에 펜팔을 하자는 뜻밖의 제의에 호기심이 간 그녀는 그 남자와 펜팔이 된다. 단 그 남자는 서로 절대로 만나지 않겠다는 규칙을 내걸었다.

계속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녀는 마음의 상처를 회복해간다. 시간이 흘러 남자에게 편지가 뜸해지고 결국 끊겨지자 그녀는 그를 만나기 위해 규칙을 어기고 홋카이도로 떠난다.

소설 ‘사랑을 주세요(작가 츠지 히토나리, 옮긴이 양윤옥, 북하우스, 2004)’는 두 주인공의 현재의 서사를 감성적인 편지 문체로 서술해 나가는 작품이다. 1인칭 시점으로 두 주인공은 서로에게 자기 이야기를 전달한다. 그 두 명은 안면도 모르지만 편지라는 통신수단으로 진실한 마음의 교류를 이어나간다. 애초에 안면을 트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진실함이 가능한 이유는 만나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봐서다.

"서로 우주를 향해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곧 만날 수 있는 사이라면 서로에게 사랑의 마음 같은 게 생겨서 자칫 관계가 무너질 위험도 있잖아요?" - 나가사와 모토지로 -

그녀는 과연 유일한 펜팔이자 친구인 그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랑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허구가 진실한 사랑일지도 모를 일이다.

“도서관에 쌓인 수많은 책들. 그들은 거짓말을 하는 법이 없거든요. 아니, 그 반대지요. 좋은 소설이란 완벽한 거짓말로 꾸며진 또 하나의 진실이니까요.”- 도오노 리리카 -

그녀의 말처럼 좋은 소설의 진짜 가치가 편지를 통한 서사에까지 투영된다.

오늘날 SNS에 지쳐 멀리 떨어지고 싶은 사람, 편지라는 소통도구를 그리워하는 사람, 편지라는 매력을 궁금해하고 그 매력에 빠지고 싶은 사람,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한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출판된 지 13년이 지난 이 소설이 반가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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