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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머니 뱃속에서 배를 찼을 때부터 지금까지 더 나아가 죽을 때까지 소통을 하면서 살아간다. 처음부터 우리에게 소통은 인식할 필요도 없이 그냥 자연스러운 행위다우리에게 너무 무의식에 가까운 행위여서 중요성을 잘 모른다. 그래서일까? 소통은 정말 쉬우면서도 어렵다. 아무 생각없이 간단히 대화도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입장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공감이다. 공감은 상대방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객관적으로 상대를 관찰하는 행동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나의 마음과 같이 깊이 헤아리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상대방을 서슴없이 받아들여 나의 안에 함께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공감은 소통과 같은 배를 탔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아가 마음의 상처 때문에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보듬을 수 있다고 느낀다. 폭력, 불신, 부정 때문에 마음과 정신이 병든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이해하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시켜줄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이러한 사람들의 소통, 공감, 치유를 다룬 문화콘텐츠가 있다. 바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방학 때 본인은 이 드라마를 보고 너무 감동받고 깨달은 것이 많고 내용 하나하나가 공감이 돼서 진짜 매 회마다 본방사수를 했다. 그러면 내가 느낀 '괜찮아 사랑이야'가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 이야기해보겠다.

'괜찮아 사랑이야'의 간략한 줄거리를 보면 정신질환을 겪으나 정작 자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소설가 장재열(조인성), 성적 트라우마가 있는 정신과 의사 지해수(공효진), 해수의 선배이자 이혼남인 정신과 전문의 조동민(성동일), 그런 조동민의 치료를 계속 받고있는 투렛 증후군 환자 박수광(이광수) 등 4명이 쉐어하우스에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힐링 스토리이다. 처음에는 제목만 봐서 단순히 남녀의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정말 피상적인 생각이었다. 이 드라마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 현대인에게 위로와 힐링을 선사하는 치유물인 문화콘텐츠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마음의 상처가 있다. 장재열은 의붓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면서 살았다. 그의 친어머니 또한 폭력을 당했다. 의붓아버지가 엄마에게 살인을 당했는데도 그 누명을 재열의 형 장재범이 썼다. 그리고 재열은 그걸 보고만 있었음에도 엄마를 지키기위해 형을 버렸다. 어렸을 때 이러한 죄책감과 마음의 상처를 가진 재열은 자기 스스로를 지키고 당당하게 살기위해 자기 안에 있는 상처받은 아이의 존재를 잊으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것이 나중에 정신분열증으로 이어진다. 결국 또 다른 자아 강우를 만나게 된다.

지해수는 가정형편이 좋지않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되었다. 해수의 아버지는 루게릭 병 환자고 그녀의 어머니는 남편의 친구와 불륜을 저지른다. 어렸을 때 그 장면을 본 해수는 성적행동은 아주 증오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박수광은 어렸을 때부터 투렛증후군을 겪었다. 그걸 보다 못한 그의 아버지는 그를 구박하고 때리기까지 한다. 그의 아버지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자식의 이런 못난 모습이 정말 한심할 뿐이다. 수광은 그런 어릴 때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치료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수광의 투렛증후군은 연애할 때 정말 장애물이다.

이들은 각자의 상처를 가지고 다른 이들의 상처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이해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치유해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것들이 어릴 때의 상처에 기인하지만 말이다.

또한 이 드라마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상처뿐만 아니라 해수가 근무하는 병원의 환자들도 나오는데 이들이 겪는 강박증, 불안증세, 결벽증, 등등 정신질환의 여러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정신질환을 지닌 사람들도 일상생활을 하고 정상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은 미친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기 때문이다.

"미친 것이 아니라 아픈 것"

 

이 말은 수광이가 재열을 변호하려고 한 드라마 속 대화이다. 나에게 이 말이 너무 공감됐다. 우리의 손이 칼에 베이면 아프듯이 이들도 칼에 정신과 마음이 베인 것이다.

인구의 80%가 신경증을 앓고 있다는 드라마 속 대사처럼, 정신질환은 특별한 사람들만 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드라마는 외과 의사도 암에 걸리듯이 정신과 의사들도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알고 극복하려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문다이는 소통과 마음의 상처를 공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동안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아서 정신질환자들은 추문과 배제와 격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 때문에 급격히 늘고 있는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 강력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 관한 논의로 흐르면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공포와 이질감은 더욱 강화되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는 정신질환자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 자기만의 고통을 지닌 존재이자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로 그린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가 느낀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성()에 관련된 정신적 문제를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그린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소통과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은연히 제시한다. 드라마에서는 두가지를 얘기하는데 먼저 첫째가 성관계의 문제이다. 드라마에서는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해수의 상태를 병으로 본다.

그가 성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 금기 때문이 아니라, 어머니의 불륜으로 인한 정신적 외상 때문이다. 성을 더럽게 여기고 거부하는 행위를 가부장적 순결주의가 내면화된 상태가 아니라 극복해야 할 신경증의 증상으로 그리는 것이다. 이는 성 억압의 이데올로기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함을 드러낸다. 성관계에서 어떠한 도구와 체위가 활용되든 그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가 되지 못하며 소통과 동의의 문제가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도 일깨운다.

둘째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문제이다. 드라마는 트랜스젠더나 동성애가 정신질환이 아니란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가족들이나 그들의 박해에 저항하지 않는 상태를 병적으로 판단한다. 성은 금기의 대상이 아니라 친밀감을 나누는 소통행위로 전유되어야 함을 일깨우는 것이다.

결국 드라마는 정신질환과 성에 대한 진보적인 사고를 경유해 사랑에 대한 독특한 정의를 내린다. 주인공들은 겉으론 번드르르해 보이지만 자신들만의 결핍을 지닌다. 유명작가인 재열은 강박증과 분열된 자아를 갖고 있으며 친족살인의 의혹에 휩싸여있다. 해수 역시 불안장애와 관계기피증을 앓고 있으며 모성콤플렉스를 지닌다. 드라마는 이들이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정신적인 문제를 알아가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치유시켜주는 과정을 그린다. 그 사람의 정신병을 용납하고 보듬으며 마침내 완화시키고 견딜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정의를 드라마가 역설하는 것이다. 정신병과 성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은 소통을 함으로써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비정상인이면서 정상인이다. 그러므로 우리 자신도 정신질환자가 될 수 있다. 다만 잠재적으로 마음의 병을 가진 채 발현되지만 않았을 뿐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에게 소통함으로써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드러내고 인정하고 공감을 받아야 된다. 나중에는 치유되게 말이다.

드라마의 제목 '괜찮아, 사랑이야'처럼 우리 자신에게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괜찮니? 괜찮아! 그럴 수 있어 다 사랑이야. 그렇다. 괜찮으니까, 괜찮아서 사랑인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제목을 역으로 해도 의미는 같다. 사랑하니까 괜찮은 거라고. 사랑하니까 그 사람의 정신병을 이해하고 서로 아파하고 그리고 괜찮다고 위로를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의 이면에는 소통과 공감이 깔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위로하는 사람이나, 위로받는 사람 모두가 다 마음이 치유가 되는 것이다. 우리 한번 괜찮다고 서로에게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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