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에서 귀국 후 반년간 방황했다. 다음해에 마음잡고 다시 취준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코로사 여파로 1년간 백수로 지냈다. 그러다가 다시 운좋게 내가 예전에 했던 일을 경력으로 살려 취업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팀장과의 의견 마찰로 8개월 간 고생하다가 결국 터질게 터져 아침에 회사를 뛰쳐 나왔다. 그날은 아버지의 제삿날이기도 했다.
다음날 출근한 나는 대표에게 권고사직을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대표는 고맙게도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때가 2021년 12월이었다. 다시 방황이란 파도에 몸을 내던졌다. 그나마 특기인 일본어를 살릴까 고민도 했지만 그때 나이는 30 중반을 향해 뛰어갔기에 신입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일본어도 비즈니스까지 무리가 있었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 무렵 우연히 서울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술교육원에 프로그래밍을 10개월간 무료로 가르친다는 모집 공고를 봤다. 이전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모집 공고를 무시하고 다른 채용공고를 보려고 했는데도 눈앞이 아른거렸다. 당시 실업급여를 받고 있었는데도 뭔가 지푸라기를 더 잡아야 했다. 그것이 프로그래밍이었다.
어느 순간 나는 입학원서를 쓰고 있었고 간단한 수학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봤다. 면접은 1분도 채 안되게 끝났다.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 이틀 후 교육원에서 연락이 왔다. 합격했단다. 완전히 기쁘지는 않았다. 내가 과연 이것을 할 수 있을까란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다시 소속할 집단이 생겼기에 그때 당시 현재 가고 있는 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에 계속...